아이디어만 넘쳐나던 이른바 ’아이디어 맨’들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제는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원샷(one-shot)’으로 단번에 실체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후 반나절 동안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로컬 환경에서 제법 그럴듯한 소프트웨어의 모습을 한 앱이 화면에 뜬다.

그리고는 멍하니 앉아 있는다. 자, 이제 뭘 해야 하지?

첫 번째 샷은 제품이 아니라 ’데모’다

원샷으로 나온 결과물은 데모일 뿐 제품이 아니다. 당신의 노트북 위에서, 프롬프트를 쓸 때 머릿속에 그렸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happy path)대로만 돌아갈 뿐이다. 거기엔 사용자 인증도 없고, 재부팅 후에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진짜 데이터베이스도 없으며, 미처 생각지 못한 예외 입력에 대한 에러 핸들링도 없고, 배포 파이프라인도, 백업도,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도구의 결함이 아니다. 도구가 정확히 설계된 대로 작동한 것뿐이다. AI 에이전트는 당신이 묘사한 것을 그대로 만들었다. 당신이 전체 작업의 고작 5%만을 묘사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5%는 무엇인가?

다듬기(Refinement). 돌아가기는 하지만, 내가 진짜 원했던 방식이 아니다. 사용 흐름은 삐걱거린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핵심 기능이 정작 가장 취약하다. ChatGPT에게 이것저것 고치는 법을 물어볼 수 있고, 모델은 한 번에 패치 하나씩 친절하게 고쳐줄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로컬에서는 제각각 맞지만 서로 어귀가 전혀 맞지 않는 누더기 코드 뭉치가 되어버린다.

배포(Deployment). 앱이 내 노트북에서만 돈다. 이것을 실제 도메인에 올리고, 영구 데이터베이스를 붙이고, 진짜 인증 시스템과 TLS를 연결하고, 모니터링을 붙이고, 내가 잠든 사이에도 무중단으로 배포되도록 만드는 것은 프롬프트 작성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수련이다. 모든 단계에 AI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단계들이 존재하는지,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건너뛰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목을 잡는지를 이미 알고 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방향타 쥐기(Steering). 이것이야말로 진짜 핵심이다. 에이전트는 종종 헛발질을 한다. 교착 상태에 빠진다. 멀쩡히 잘 돌아가던 모듈을 당당하게 엉뚱한 코드로 덮어써 버린다. 버그를 고쳐달라고 했더니 해당 기능 자체를 삭제해서 버그를 ’해결’하기도 한다. 밤 11시, 빌드는 깨졌고, 변경된 코드(diff)는 400줄짜리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을 때—당신은 이 에이전트를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실력이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안 돼요”라는 말을 아홉 번 반복하며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바랄 것인가?

기술적 기초가 부족할 때 마주하게 되는 진짜 질문은 “AI가 이걸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다. AI는 만들 수 있다. 진짜 질문은 **“일이 꼬이기 시작할 때,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그것을 끝까지 끌고 갈 의지와 역량이 있는가”**이다. AI는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아니다. 기억력은 끔찍하게 나쁘면서 자신감만 무한대인 노동력에 가깝다. 누군가는 감각(taste)과 명확한 방향성을 쥐고 지휘해야 한다.

가격에 대한 착각

아이디어 맨들의 경제학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들은 이제 남에게 개발을 맡길 때 거의 공짜에 가까운 비용만 줘도 된다고 믿는다. AI가 일의 대부분을 해주는데, 굳이 사람에게 그 많은 돈을 줄 이유가 뭐냐는 논리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기 혼자서는 그것을 완성하지 못한다. 스스로 만들지도 못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 하지도 않는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착각의 원인은 AI가 업무의 90%를 해냈다고 믿는 데 있다. AI는 **’타이핑’의 90%**를 대신해 주었을 뿐이다. 첫 번째 샷(원샷)은 완전히 범용화(commodity)된 영역이다. 무료이고, 즉각적이며, 링크드인의 모든 아이디어 맨들이 이미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나머지 95%는 전혀 범용화되지 않은 영역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꼬리(tail) 부분의 가치와 가격은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라가야 마땅하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보라. AI가 초안(first draft)의 비용을 바닥으로 떨어뜨릴수록, 가치는 꼬리 쪽으로 급격히 이동한다. 생성된 코드 뭉치를 가져다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프로덕션까지 안착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로 말이다. 원샷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한 기술이다. 하지만 방향타를 쥐고 끝까지 조율해 내는 능력은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매일 실제로 하는 일

나는 요즘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해 수많은 것들을 만들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에이전트를 쓰면 쓸수록, 내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남들에게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단한 비밀이어서가 아니다. 이 노하우야말로 원샷에 취한 사람들과 링크드인에 AI 쓰레기 글을 도배하는 무리들 사이에서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해자(moat)이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 반복하는 루프는 단순하고 지루하다.

  1.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체로 구현한다.
  2. 직접 써본다. 브라우저에서, iOS에서, 안드로이드에서. 개발자가 아니라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 써본다.
  3. 더 많은 아이디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실제로 돌아가는 것을 만져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온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4. 다시 반복한다. 또 고치고, 또 개선한다.

목표는 원샷을 두 번째 샷, 세 번째 샷, 그리고 천 번째 샷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그 수많은 반복 과정이야말로 나의 감각과 취향(taste)이 코드에 스며드는 순간이다. 에이전트는 타이핑을 치고, 나는 판단을 내리며, 제품은 매 라운드마다 날카로워진다. 이것이 내 방식의 전부다.

내가 요즘 글을 덜 쓰는 이유

과거에 나는 글을 정말 많이 썼다. AI가 내 아이디어에 대해 깊이 리서치해 주었고, AI가 초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요즘 나는 글을 쓰는 대신 직접 실행한다. 할 말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이 반복적인 빌딩 루프가 글쓰기보다 훨씬 더 명확한 통찰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의 명확함을 얻게 되면, 글은 덜 쓰게 되고 제품은 더 많이 배포하게 된다. AI 코딩은 경이롭고, 나는 매 순간 그것을 즐기고 있다.

솔직한 고백

나 역시 언제나 아이디어가 넘치던 사람이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내 커리어가 수십 년에 걸쳐 기획, 개발, 테스트, 배포, 유지보수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개발 라이프사이클(SDLC) 전체를 통과해 왔다는 점이다. 바로 그 경험이 있기에 에이전트의 방향타를 쥘 수 있는 것이다. 내 기술 스택에서 깔끔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에이전트가 건네준 코드가 3주 뒤에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이것이 지금 나에게 유리한 고지를 제공해 준다. 6개월 뒤에도 여전히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 방법에 대해 긴 글을 쓰는 대신, 그 시간에 샷을 한 번 더 날리고 있다. 진짜 해자는 화려한 프롬프트가 아니라, 수없이 반복한 실전 경험(reps)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