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요즘의 생산성 문화에서는 잘 하지 않는 말부터 하나 꺼내보려 한다. 푹 쉬어도 괜찮다. 영화 한 편 봐도 좋다. 두 편 봐도 상관없다. 인생의 매 순간을 최적화할 필요는 없다. 그러다간 탈진한다. 나는 뇌가 그냥 푹 쉬고 자유롭게 방황하도록 두는 것의 이점을 굳게 믿는다. 내 인생 최고의 아이디어들 중 일부는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 떠올랐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순간들이 있다. 그저… 멈춰 서 있는 상태다. 어떤 일을 막 끝마쳤거나, 일과 일 사이의 틈에 있거나, 아무런 계획 없이 눈을 떴는데 하루가 덩그러니 남아 있을 때다. 낮잠을 잘 만큼 피곤하지도 않지만, 거대한 프로젝트에 덤벼들 만큼 에너지가 넘치지도 않는다. 공백의 틈새에 갇혀버린 것이다.

바로 이럴 때 ’베이스라인 태스크(Baseline Tasks)’가 필요하다.

세 가지 조건

모든 베이스라인 태스크는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적어도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1.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
  2.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3.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챙긴다.

이게 전부다. 단 세 가지 필터다. 이 중 어느 하나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목록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

이것은 엄청난 생산성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멍하니 SNS를 무한 스크롤(doomscrolling)하거나 결정 마비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안전한 기본값(default)을 만들어두는 일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이 목록을 꺼내서 그 순간의 기분, 에너지, 정신적 여유에 맞는 것을 하나 골라잡으면 된다.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목록은 하루 중 어느 때라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아침이든, 오후든, 늦은 밤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 난이도의 스펙트럼이 넓어야 한다. 머리가 아주 맑게 돌아갈 때 할 수 있는 일부터, 거의 아무 생각도 하기 힘들 때 할 수 있는 일까지 골고루 갖춰져 있어야 한다.

내 목록의 몇 가지 예시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머리가 맑고 에너지가 넘칠 때:

  • 도전적인 논문 한 편이나 책 한 챕터를 읽는다.
  • 요즘 곰곰이 생각하던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
  •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에너지가 그럭저럭 평범할 때:

  • 산책을 다녀온다. 스마트폰도 팟캐스트도 없이, 그냥 걷는다.
  • 배달 음식을 시키는 대신 괜찮은 요리를 직접 해 먹는다.
  • 집 안에서 계속 거슬렸던 작은 고장이나 어질러진 곳 하나를 손본다.

컨디션이 바닥이고 완전히 지쳤을 때:

  •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짧은 메시지를 보낸다.
  • 좋은 콘텐츠를 본다 — 배경음처럼 틀어놓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보고 싶었던 작품을 집중해서 본다.
  • 10분간 스트레칭을 한다.

주목할 점은 컨디션이 바닥일 때의 항목들조차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도를 가지고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온전한 휴식 역시 훌륭한 베이스라인 태스크다. 진정한 휴식과 단순한 회피의 차이는, 내가 그것을 능동적으로 선택했는지 아니면 무기력하게 빠져들었는지에 달려 있다.

왜 이 방식이 효과적인가

결정 피로는 실재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정체 상태에 빠졌을 때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백지상태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뇌는 이미 에너지가 고갈되었는데, 무한한 선택지가 열려 있는 막막한 결정을 내리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그러다 결국 스마트폰을 쥐고 3시간 동안 아무 의미 없이 화면만 넘기게 된다.

베이스라인 목록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없애준다.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이 다섯 가지 중에서 지금 내 상태에 가장 맞는 것은 뭐지?“를 묻게 된다. 이는 훨씬 답하기 쉬운 질문이다.

그리고 목록에 있는 모든 항목은 나를 적어도 한 가지 방향(더 똑똑해지거나, 더 건강해지거나, 타인과 연결되거나)으로 나아가게 해 주기 때문에, 베이스라인 태스크를 끝마쳤을 때 오늘 하루를 낭비했다는 자책감이 들지 않는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산책 한 번 다녀오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린 것이 전부라 해도, 당신은 이미 두 가지 상자를 채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하루다.

반(反)생산성 생산성 시스템

이것은 거창한 요령(hack)도, 복잡한 프레임워크도 아니다. 그저 단순한 목록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진짜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는 “어떻게 더 많은 일을 해낼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기존의 대부분의 생산성 시스템은 언제나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는 전제하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만 가르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때로는 당장 급한 일도 없고, 딱히 가슴 뛰는 일도 없으며,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전혀 명확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그때 베이스라인을 꺼내드는 것이다.

핵심은 이 목록이 미리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머리가 맑고 판단력이 좋을 때 만들어두어야, 정작 머리가 안 돌아갈 때 즉시 꺼내 쓸 수 있다. 시간에 대해 미리 ’밀프렙(식사 준비)’을 해두는 것과 같다. 멍해진 순간에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러니 결정을 미리 내려두는 것이다.

나만의 목록 만들기

에너지가 좀 있을 때 자리에 앉아, 세 가지 조건 중 적어도 하나를 만족하는 일 10~15가지를 적어보라.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분이 좋을 때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목록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 다음 그것들을 에너지 수준(높음, 중간, 낮음)에 따라 대략적으로 분류하라. 그것이 당신의 필터가 된다. 막막함이 찾아올 때, 스스로에게 “지금 내 에너지 수준은 어느 정도지?“라고 묻고 해당 구간에서 하나를 고르면 된다.

시스템의 전부는 이것이다. 앱도 필요 없고, 연속 달성 기록도 필요 없으며, 죄책감도 없다. 그저 언제든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의 목록이, 당신이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