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불쾌한 경험을 굳이 견뎌낼 이유는 없다. 가족과 커리어를 위해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참아내겠지만, 그게 전부다. 그 외의 불필요한 불편까지 참고 살 필요는 없다.

스팸 전화를 예로 들어보자. 스팸 전화는 그 자체로 불쾌하다. 아이폰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내가 아이폰을 고수했던 이유는 그룹 채팅에서 녹색 말풍선으로 뜨는 게 싫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최근 픽셀(Pixel) 폰으로 바꿨는데 만족감이 대단하다.

나처럼 픽셀에 구글 파이(Google Fi) 통신사까지 함께 쓴다면 경험은 한층 더 좋아진다. 구글 파이는 네트워크 단계에서 수많은 스팸 전화를 걸러내어, 전화벨이 울리기도 전에 미리 차단해 준다. 만약 운 좋게 그 벽을 뚫고 들어온다 해도, 픽셀의 AI 기능이 상대방에게 직접 사람과 통화하도록 요구해 버린다. 스팸 발신자 측에 시간과 비용을 물리는 셈이다.

번호를 차단했을 때 UI 처리 역시 아이폰보다 훨씬 낫다. 아이폰은 알 수 없는 발신자 밑에 여전히 커다란 빨간 점 알림을 남겨 신경을 긁는다. 반면 픽셀에서는 차단된 번호가 그냥 사라진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기기를 바꾼 뒤로 스팸 전화를 받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어쩌다 하나가 들어오더라도 차단 버튼 한 번이면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않는다.

앞으로의 내 삶도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사람이나 장소, 물건에 이르기까지 피할 수 있는 불쾌한 경험들은 최대한 덜어내는 삶.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손끝의 챗봇들이 주는 가이드가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