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나의 아저씨를 곱씹고 있다.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우선 작가의 필력이 압도적이다. 그저 기교가 뛰어난 천재성이 아니라, 깊이의 천재성이다. 누군가가 장면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직조해 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그런 글이다.

가슴이 미어지는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결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게 만든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토록 고결하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은 없다. 이런 관계와 온기가 실제로 가능하길 바라며 오열하고,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또다시 오열한다.
하지만 그저 이 감정들이 온전히 나를 관통해 지나가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며칠 동안 영혼을 맑게 씻어낸 듯한 좋은 시간이었다.
참고로 넷플릭스에 있다. 시간이 된다면 꼭 보길 권한다. 연출도 훌륭하고 각본은 경이롭다. 모든 등장인물이 이토록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작품은 본 적이 없다. 그들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그들과 함께 마음이 아파오며,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들 모두는 단지 ‘존재한다는 것’ 자체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삶이라는 무게를.

스포일러 주의.
동훈을 연기했던 배우 이선균이 2023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이 드라마를 한층 더 슬프게 만든다. 극 중에서 그는 그 모든 무게와 슬픔을 끝끝내 견뎌내고 이겨내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그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 생을 던졌다.
그 사실이 가슴을 짓누르듯 무겁게 다가온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연 AI가 언젠가 이런 대본을 쓸 수 있을까? 한국인이 아니라면 백 퍼센트 놓쳤을 미묘한 뉘앙스와 디테일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예컨대 10화의 마지막 장면. 지안은 동훈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불쑥 반말로 말을 바꾼다. 그 짧은 말투의 변화 하나만으로도, 동훈에게 동등한 존재로—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대우받고 싶다는 그녀의 갈망과 도발이 그대로 전해진다. 단 하나의 어미 선택이, 그녀의 감정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를 전부 웅변하는 것이다.
기계가 과연 이런 결을 포착해낼 수 있을까? 입술이 채 열리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결정을 내려버려서, 언어의 말씨와 높낮이를 순식간에 뒤바꿔버리는 그 찰나의 의미를 기계가 진정 이해할 수 있을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